제2 유월절 규례의 교훈

 




본문말씀 : 민수기 9장 6-14절


6 그 때에 사람의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되어서 유월절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그 날에 모세와 아론 앞에 이르러 7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사람의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되었거니와 우리를 금지하여 이스라엘 자손과 함께 정한 기일에 여호와께 헌물을 드리지 못하게 하심은 어찌함이니이까 8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기다리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대하여 어떻게 명령하시는지 내가 들으리라 9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10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나 너희 후손 중에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되든지 먼 여행 중에 있다 할지라도 다 여호와 앞에 마땅히 유월절을 지키되 11 둘째 달 열넷째 날 해 질 때에 그것을 지켜서 어린 양에 무교병과 쓴 나물을 아울러 먹을 것이요 12 아침까지 그것을 조금도 남겨두지 말며 그 뼈를 하나도 꺾지 말아서 유월절 모든 율례대로 지킬 것이니라 13 그러나 사람이 정결하기도 하고 여행 중에도 있지 아니하면서 유월절을 지키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이런 사람은 그 정한 기일에 여호와께 헌물을 드리지 아니하였은즉 그의 죄를 담당할지며 14 만일 타국인이 너희 중에 거류하여 여호와 앞에 유월절을 지키고자 하면 유월절 율례대로 그 규례를 따라서 행할지니 거류민에게나 본토인에게나 그 율례는 동일할 것이니라



< 제2 유월절 규례의 교훈 >

 매년 2월 2일은 우리 가정에서 정한 ‘투니데이’라는 특별한 날이다. 가족끼리 애칭으로 첫째 딸 은혜는 ‘우니’라 부르고 둘째 딸 한나는 ‘한니’라고 부르면서 ‘투니’ 자매가 되었다. 그러다가 매년 2월 2일을 ‘투니데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자매 기념일로 지정했다. 그 날에 둘이 선물도 주고받고 둘만의 외식도 하면서 기념일을 지키니까 서로를 더 아끼게 된다. 똑같은 날이지만 특별한 기념일이나 기념 절기를 정하고 지키면 더 뜻 깊은 날로 만들 수 있다. 사회에서 명절과 절기를 정하고 지키는 이유도 더 뜻 깊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유월절은 유대인의 최대 명절이다. 왜 유월절 절기를 지켰는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고 하나님의 뜻 안에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며 공동체성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다. 본문에는 유월절을 제 날짜에 지킬 수 없어서 한 달 후에 지키는 제2 유월절 규례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제2 유월절 규례와 관련된 본문 말씀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1. 사랑의 거리 두기를 하라

 히브리 사회에서는 정결법에 따라 시체를 만지면 7일 동안 부정하게 되었다(민 19:11). 고대에는 의술이 발달되지 않아 전염병 등에 걸리면 매우 위험했다. 특히 죽은 사람과 접촉하면 병의 전염 가능성이 컸기에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시체를 접촉한 사람은 1주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가지며 셋째 날과 일곱 째 날에 잿물로 자신을 정결하게 했다(민 19:12). 그런 율법을 보면 율법은 단순히 종교 의식으로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주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정결하게 하는 자가 격리 기간에는 공식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문제는 격리 기간이 유월절과 겹칠 때였다. 그래서 시체와 접촉해 부정하게 되어 유월절을 지킬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모세와 아론 앞에 와서 말했다. “우리가 사람의 시체로 말미암아 부정하게 되었거니와 우리를 금지하여 이스라엘 자손과 함께 정한 기일에 여호와께 헌물을 드리지 못하게 하심은 어찌함이니이까(7절).” 그들이 시체와 접촉해 부정하게 되어 자가 격리를 하게 되었지만 유월절도 지키며 헌물도 드리고 싶다는 탄원이 담긴 말이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교회 대면 예배가 통제되자 어떤 사람은 유사한 탄원의 말을 한다. “방역 당국에서 주일 대면 예배 금지 지침을 내렸는데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함은 어찌함인가?” 주일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말이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율법보다 사랑을 앞세워야 한다. 사랑의 원리를 무시하고 율법을 고수하는 것은 율법주의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며 주일 예배의 뜻을 고스란히 살린 상태에서 다른 방식으로 예배드리는 것이 성경적이다.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막 2:27). “사람의 생명이 먼저다.”라는 말씀이다. 주일에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 급한 상황에서는 주일에도 수술해야 하는데 주일이니까 수술하지 않겠다는 것은 율법주의다. 전염병자가 주일성수를 하겠다고 교회에 나오는 것은 율법주의 중에도 가장 나쁜 ‘이기적인 율법주의’이다. 그때는 사랑의 거리 두기를 하고 다른 최선의 방법으로 주일성수를 해야 한다.

 율법은 시체와 접촉해 부정해지면 유월절 행사 참석을 금지시켰다. 그 원리를 따라 전염병이 창궐하면 주일의 대면 예배 대신 사랑의 거리 두기 지침을 따라 다른 방법으로 주일성수를 하는 것이 성경적이다. 구약 시대에도 자기가 정결하게 될 때까지 사랑의 거리 두기를 했던 것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사랑의 조치였다. 구약시대에 나병환자를 격리시킨 율법도 나병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의술이 발전되지 않은 시대에 생명을 지키려는 일종의 사랑의 격리였다. 율법보다 생명과 사랑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신구약을 관통하는 진리다.

2. 유월절을 힘써 지키라

 시체와 접촉해 부정해진 사람이 모세에게 와서 “우리도 유월절을 지키고 싶고 헌물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탄원하듯이 말했을 때 모세도 순간적으로 난처했을 것이다. 그때 그들의 간절한 하나님을 향한 열망을 보면서 그들을 유월절 행사에 합류시키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월절 율법과 정결 율법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면 리더십도 훼손되고 공동체에 혼란도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모세가 말했다. “기다리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대하여 어떻게 명령하시는지 내가 들으리라(8절).”

 모세의 조치는 매우 현명한 조치였다. 불만 섞인 팔로워의 질문을 받았을 때 좋은 즉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성급하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라. “기다리십시오. 조금 더 기도하고 생각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템포 늦춰 말하는 법을 훈련하라. 성급한 말은 미련함의 표시다. 상대가 잘 알아듣고 잘 받아들이도록 지혜롭게 말하라. 중요한 순간에는 순간순간 짧은 기도를 동반해 말하라.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를 구하고 말하면 훌륭한 웅변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다. 늘 말보다 기도를 앞세우라.

 부득이하게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게 된 문제에 대해 마침내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말씀하시면서 시체를 만져 부정하게 된 사람이나 먼 여행 중에 있는 사람도 유월절을 지키라고 하셨다(10절). 결국 유월절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제2 유월절 규례를 세우셨다. 제2 유월절은 둘째 달 열넷째 날(2월 14일)로서 유월절보다 꼭 한 달 뒤다(11절). 그래서 부득이하게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면 제2 유월절을 지키게 했다.

 제2 유월절 규례를 주신 것은 율법 자구에 매달리지 말고 율법 정신을 중시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본질적인 내용이 같으면 비본질적인 형식은 달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율법과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되 그것들에 얽매여 생명을 해치거나 억압하지는 말라. 주일성수는 중요하지만 주일에 같이 모여 예배함으로 전염병이 퍼진다면 따로 가족 예배를 드리거나 현대 과학문명의 혜택을 빌려 비대면 화상으로 예배드려도 된다.

 제2 유월절 규례를 세움으로 더 이상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통할 수 없었다. 유월절을 지키는 것은 선민의 행위적인 신앙고백으로서 정결 기간이나 여행 기간도 아닌데도 유월절을 고의로 지키지 않으면 백성 중에서 끊어졌고 유월절에 여호와께 헌물을 드리지 않는 것도 죄로 여겨졌다(13절). 절기를 힘써 지키고 절기 때 예물도 힘써 드리라. “예수님이 대속 제물이 되셨으니까 나는 헌물을 안 드려도 돼.”라고 하지 말고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예물 드리는 일에도 힘쓰라.

3. 선교하는 마음을 가지라

 만약 타국인이 유월절을 지키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할례를 받아야 했다(출 12:48). 할례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는 제1의 표시였기 때문이다. 흔히 유대인은 배타적인 민족이고 유대교를 배타적인 종교로 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유대인은 이방인을 개처럼 여기기도 했지만 이방인이 개종하면 유대인과 똑같이 대했다. 어떻게 유대인으로 개종하는가? 할례를 받고 유대교 입교 의식을 거친 후 유월절을 지키면 이방인도 똑같이 율법의 의무를 지고 선민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유대인들은 절기를 지키며 선민의식을 강화시켰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은 유월절이 유대인만의 축제일이 아닌 만민의 축제일이 되길 원하셨다. 그래서 이방인도 하나님께 돌아와 하나님 안에서 함께 영적인 유월절 축제에 동참하기를 원하셨다. 그런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영적인 유월절의 기쁨이 내게만 머물지 말고 땅 끝까지 전달되도록 하라. 더 나아가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에게도 축제의 삶을 베풀려고 하라. 기쁨과 행복의 폭을 넓히라. 일부 사람만의 행복은 참된 행복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외형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말라.

 하나님의 최종 목표는 하나님 안에서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주변인을 중심인으로 대접해 주려는 것을 나의 핵심 사명으로 여기라. 하나님이 내 곁에 보내주신 약자를 무시하지 말고 존중하라. 높아질수록 낮아지라. 내가 누리는 어떤 것도 나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누리게 되었음을 깨닫고 낮은 곳을 살피고 남을 배려하고 타인 감수성을 기르면서 선교하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라. 생활 중에 드리고 나누고 베푸는 ‘드나베의 삶’을 힘써 확대시키려는 삶이 삶으로 드리는 예배이고 성령 충만한 삶이다.

4. 다시 새롭게 출발하라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고 더 나은 미래와 더 좋은 세상을 향해 새롭게 출발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에게 유월절은 ‘영적인 설날’과 같은 절기다. 유월절이 다가오면 그들은 집안의 묵은 누룩을 찾아 버리거나 태웠다. 그처럼 설날이 되면 그 절기를 계기로 삼아 미움이나 절망과 같은 영적인 묵은 누룩을 과감히 버리라. 과거의 잘못과 삶의 회한도 다 잊고 새롭게 출발하라. 내게 상처를 준 사람도 용서하라. 그때 하나님의 더 큰 용서를 얻는다. 용서하고 용서받은 순결한 영혼에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게 임한다.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라고 하셨다. 나의 현재 모습을 보면 소금과 빛이 아닌 것 같지만 예수님은 소금과 빛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을 꼭 붙잡고 살면 스스로 발광하는 발광체는 되지 못해도 예수님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로서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다. 나 혼자서는 빛을 비추지 못해도 예수님을 통해서는 빛을 비출 수 있다.

 무속 신앙에서도 새해가 되기 전에 이전의 액운을 내다버리고 내일의 행운을 맞이하겠다고 집안 대청소를 한다. 성도는 막연한 행운을 기다리며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이 약속된 존재다. 묵은 세상 누룩을 잘 버리고 과거의 전통에도 너무 연연하지 말라. 하나님은 발전적인 하나님이시다. 과거에는 과거의 것이 최상의 것이었을지라도 현재에는 현재의 것이 최상이 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좋은 변화를 수용하라. 기도하면서 새로운 은혜와 방법을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면 나중 된 자로서 얼마든지 처음 될 수 있다.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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