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든든한 기둥

[ 김옥순 수녀님 성화: 기도하는 사람들 ]

 


 다윗의 숙부 요나단은 지혜가 있어서 모사가 되며 서기관도 되었고 학모니의 아들 여히엘은 왕자들의 수종자가 되었고 33 아히도벨은 왕의 모사가 되었고 아렉 사람 후새는 왕의 벗이 되었고 34 브나야의 아들 여호야다와 아비아달은 아히도벨의 뒤를 이었고 요압은 왕의 군대 지휘관이 되었더라




공동체의 든든한 기둥 (역대상 27장 32-34절)

< 공동체의 든든한 기둥 >

 사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다윗의 왕국이 든든하게 서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때문이었다. 그 은혜와 축복에는 다윗의 신실한 믿음이 큰 역할을 했지만 다윗 혼자만 잘해서 다윗 왕국이 든든히 선 것은 아니었다. 다윗 왕국이 든든히 선 것은 기둥 역할을 해 준 조력자들 역할도 컸다. 공동체를 든든하게 세워 가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1. 회개로 이끄는 도우미

 다윗의 인구 조사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조치였다. 결국 그 인구 조사로 하나님이 진노가 내려져 이스라엘 백성 중 7만 명이 전염병으로 죽었다(대상 21:14). 그때 다윗은 금방 회개했다. 다윗의 회개를 이끈 도우미 중 하나가 요압이었다. 다윗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진심으로 회개할 줄 아는 태도다. 한 사람의 참된 회개는 공동체의 회복을 부른다. 즉 회개한 한 사람이 뿌린 선의 씨앗은 전염되어 점차 사회를 밝고 맑게 만든다.

 어느 날 식당 물건 배달업자가 정차된 차를 들이받아 왼쪽 등 박스가 깨지고 범퍼와 등 박스 주변 차체에 약간의 손상이 생겼다. 그때 피해를 입은 차 주인이 다른 차체 손상은 그리 크지 않아서 등 박스만 갈면 될 것 같아서 불안해하는 배달업자를 안심시키고 나중에 등 박스 수리비만 실비를 청구하겠다고 했다. 그 납품업자는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그 모습을 보고 피해 운전자도 흐뭇해했다.

 며칠 후 피해 운전자가 카센터에서 등 박스를 교체했다. 7만 5천 원이 들었다. 그는 어렵게 사는 것 같은 배달업자로부터 7만 5천 원을 다 받기가 미안해 조금 깎아서 7만 원만 받고 모든 사고 상황을 정리했다. 배달업자는 나쁜 피해자를 만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었는데 7만 원에 모든 사고 처리가 끝내자 더 감격했다.

 그때 피해 운전자가 그렇게 사고 처리를 한 이유가 있었다. 자기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하면 선의 씨앗이 주변에 퍼지면서 조금씩 사회가 밝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배달업자도 양심과 상식이 있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피해자 입장이 될 때 한 몫 크게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누군가에게 선의 씨앗을 뿌리면 그 누군가도 나중에는 가해자에게 선의 씨앗을 뿌리면서 점차 선의 역사가 확대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참된 회개가 중요하다.

 한 사람의 회개는 공동체의 회개를 연쇄적으로 불러일으킨다. 특히 리더가 회개하면 공동체에 선한 변화가 나타난다. 요압이 다윗 왕의 인구 조사가 하나님의 뜻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 조치에 대해 직접 반박하지 않고 인구 조사 시행을 늦추며 왕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렸을 것이다. 결국 다윗의 회개로 다윗 왕국은 하나님 앞에 더욱 바로 설 수 있었다. 그처럼 리더가 바른 길로 가도록 지혜로운 도우미 역할을 할 때 공동체가 든든해진다.

2. 충성스러운 지킴이

 본문 앞의 25-31절에는 다윗 왕의 재산을 맡아 왕실 재정을 살찌운 사람들 12명의 기록이 나온다. 다윗 왕의 재산을 맡은 총 12명의 충성스러운 재산 지킴이들도 다윗 왕국을 든든하게 만드는 기둥들이었다. 공동체에서 남의 것을 지켜주려고 하라. 그때 내 것도 지켜진다. 그처럼 충성스러운 지킴이들이 많은 공동체가 튼튼해진다.

 남을 지켜줄 때는 소유와 더불어 마음도 지켜주라. 리더가 시기심에 사로잡히면 바른 판단력을 잃고 점차 추락한다. 그래서 조력자가 존경과 칭송을 해 주면서 잘 섬기면 리더가 시기심에 빠져 판단력을 잃을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런 조력자의 부재로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다가 결국 왕위도 잃고 목숨도 잃었다. 반면에 다윗은 시기한 사울의 계속된 위협에도 자기 위치를 끝까지 잘 지켰기에 결국 사울의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남을 시기하지 말고 남의 시기로부터 나를 잘 지키면 나중에 하나님은 시기하는 사람의 복을 떼어다가 내게 넘겨주신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자리와 소유를 잘 지키고 마음도 잘 지키라. 그러나 혼자 모든 것을 다 지킬 수 없기에 신실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공동체에서 조력자 역할을 잘하며 어디서든지 리더의 충성스러운 지킴이가 될 때 하나님은 그 사람도 축복하시고 그 공동체도 축복하신다.

3. 지혜로운 모사

 본문에는 다윗의 지혜로운 모사들이 기록되어 있다. 모사라고 하면 모사꾼 이미지 때문에 안 좋게 여기기도 하지만 공동체에 지혜로운 모사가 있어야 수많은 외적인 공격과 내적인 음모를 잘 극복하고 공동체를 든든하게 만들 수 있다. 리더십은 저절로 좋게 되지 않는다. 때와 상황에 따라 정교하고 적절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그런 변화를 이루기 쉽지 않기에 지혜로운 모사가 옆에서 점검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체크 앤 밸런스(check and balance) 역할을 해 주어야 계속 공동체의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옛날에 사헌부 중간 간부인 한 장령이 있었다. 그는 자기 밑의 사헌부 감찰들을 적극 밀어주었다. 감찰들이 “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그는 “그래. 밀어붙여 봐.”라고 감찰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신망을 얻어 마침내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이 되었다. 그러면 권력과 책임이 커졌기에 더 신중해야 하는데 대사헌이 되었어도 옛날 방식으로 깊은 생각도 없이 감찰들에게 “그래 밀어붙여봐.”라고 했다가 결국 탄핵되어 왕당파 세력에 의해 참수되었다.

 조선시대에 대사헌 자리를 1년 이상 맡기 쉽지 않았다. 한 달도 안 되어 대사헌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무수했다. 권력 기관에서 중간 간부는 “그래. 밀어붙여봐.” 하고 과감하게 권력의 칼을 휘두를 수도 있다. 파장이 아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 기관의 최고 자리에 오르면 무조건 “그래, 밀어붙여봐.”라고 하기보다 “그래, 계획을 가져와 봐.”라고 하면서 꼼꼼히 파장을 살피는 정무감각도 필요하다. 그처럼 최고 리더가 잘 체크해서 균형을 잃지 않음으로 문제와 파장을 잘 극복하도록 하는 일이 지혜로운 모사의 일이다.

 이단 교주는 성령이 ‘모략과 재능의 영(사 11:2)’이란 표현을 내세워 거짓말로 전도해도 좋다고 가르치면서 교세를 키운다.  그러나 성경에서 좋은 의미로 말한 모략은 ‘거짓말’을 뜻하는 표현이 아니라 ‘사려 깊은 신적인 지혜’를 뜻하는 표현이다. 성도가 사려 깊은 지혜를 언제 받는가? 대개 기도하고 묵상할 때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모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기도하라. 기도하는 지혜로운 모사가 있는 공동체가 든든한 공동체가 된다.

< 거룩한 모사가 되라 >

 조선시대에 어떤 대사헌은 막강한 권력을 가져서 왕도 잘 통제하지 못했다. 그런 대사헌의 말로가 대개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는 권력을 겸손하고 지혜롭게 사용하도록 돕는 참모의 부재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사헌이 권력을 휘두르면 언젠가는 반드시 반격을 당하게 되어 있다. 사람의 흠을 찾아내려고 하면 누구에게나 찾아낼 수 있다. 그 흠을 찾아내어 대사헌이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 일시적으로 백성들은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환호한다.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 체크 앤 밸런스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내게도 흠을 잡으려고 하면 흠 잡힐 것이 반드시 있다. 그 흠이 언제든지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도덕성을 내세워 상대를 치려면 상대보다 훨씬 도덕적인 우위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되치기를 당한다. 대사헌이 사헌부 관리들을 이끌고 왕당파들을 칠 때도 정무적인 감각도 없이 무조건 치면 안 된다. 왕당파 세력들도 강력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헌부 관리들의 흠과 약점을 이미 다 파악해 놓았기 때문이다.

 왜 사헌부 관리들이 자신의 세력을 칠 때 아히도벨과 같은 왕당파 모사들은 바로 역공을 취하지 않는가? 왕당파 지지자들 및 일반 백성들의 열불을 계속 키우다가 결정적인 때에 역공에 나서기 위해서다. 그런 모사들의 전략을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칼부림의 승리에 환호하다가 역사적으로 망한 사람이나 세력이나 왕조가 한 둘이 아니다.

 리더 옆에 지혜롭고 정직한 모사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큰 그림을 그리며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황 분석을 철저히 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사들이 있는 세력이나 공동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모사가 전략을 잘 꾸민다고 해서 거짓으로 꾸미면 안 된다. 거룩한 모사는 정직과 도덕성의 우위도 갖춰야 한다. 남의 거짓을 공격하려면 자기는 더 정직해야 하고 남의 도덕성을 공격하려면 자기는 더 도덕적인 우위를 갖춰야 한다. 그런 준비도 없이 남의 흠을 빌미로 무조건 공격하면 반드시 역공도 받고 역풍도 분다.

 상대가 결정적인 때에 치려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진격하면 다 죽는다. 그것은 눈앞에 승리를 앞둔 것 같은데 이미 지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상대의 전략과 음모를 잘 파악해야 한다. 사탄은 모략의 천재다. 사탄이 성도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사탄을 우습게 여기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기도하며 철저히 모략을 짜고 준비하지 않은 채 무조건 “고!” 하고 나가면 사탄에게 수치를 당한다.

 성도가 나쁜 꾀를 쓰면 안 되지만 진실에 바탕을 둔 지혜로운 전략가와 거룩한 모사가가 되어야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고 나의 세력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내게 약점이 많고 힘이 없어서 현재 힘으로 남을 이기기 힘들면 무조건 공격하지 말고 힘을 기르고 적절한 사람을 찾아 보강하고 상황 반전의 때를 기다리라. 또한 강한 세력에게 저항하고 모략을 세울 때도 늘 진실을 바탕으로 저항하고 전략을 세우라. 거짓과 술수를 앞세우면 금방 되치기 당하기 십상이다.

 세상에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운 음모들이 많다. 개인도 돈을 벌려고 갖은 꾀를 다 쓰는데 힘 있는 세력이 그런 음모를 세우지 않겠는가? 그 음모를 대비하고 격파하는 지혜로운 모사가 되고 그런 모사를 달라고 기도하라. 리더에게 지혜롭고 신실한 모사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런 모사를 가진 공동체와 사회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디에 가든지 리더의 신실한 조력자나 지혜로운 모사가 됨으로 공동체의 든든한 기둥이 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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