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사랑으로 행하라

라디슬라프 자보르스키 Ladislav Záborský ]



본문말씀 : 나훔 3장 8-11절

8 네가 어찌 노아몬보다 낫겠느냐 그는 강들 사이에 있으므로 물이 둘렸으니 바다가 성루가 되었고 바다가 방어벽이 되었으며 9 구스와 애굽은 그의 힘이 강하여 끝이 없었고 붓과 루빔이 그를 돕는 자가 되었으나 10 그가 포로가 되어 사로잡혀 갔고 그의 어린 아이들은 길 모퉁이 모퉁이에 메어침을 당하여 부서졌으며 그의 존귀한 자들은 제비 뽑혀 나뉘었고 그의 모든 권세자들은 사슬에 결박되었나니 11 너도 술에 취하여 숨으리라 너도 원수들 때문에 피난처를 찾으리라



<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 >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자랑하는 것은 아이의 철없는 자랑과 같다. 자랑을 삼가라. 자랑을 할수록 사랑을 받지 못한다. 무엇을 자랑하지 말아야 하는가?

1. 사람의 영화

 고대 애굽의 수도로서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노아몬조차 패망해서 주민들은 포로로 끌려가고 아이들은 비참하게 죽고 귀족과 권세자들도 결박되었다(10절). 그처럼 니느웨도 바벨론 연합군에 의해 패망해서 비참한 모습으로 점령되었다(11-13절). 하나님의 심판의 손길이 임하면 인간의 힘과 영화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권세와 영화가 생기면 그것을 자랑의 도구가 아닌 사랑의 도구로 쓰라.

 “왕년에 내가 어떠했다.”라고도 자랑하지 말라. 나이가 들면 세상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어하면서 왕년 자랑에 매달리기 쉽다. 그런 왕년 자랑을 힘써 삼가고 변화시켜야 할 것은 변화시키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 또한 세상의 빠른 변화를 탓하지 말고 나의 존엄을 잃지 않으면서도 빨리 후대에게 자리를 잘 내어주고 내 뜻과 비전을 잘 계승시키면서도 후대를 앞세울 지혜를 발휘하라.

 필자가 핸드폰 문자나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이유는 변화에 대해 적응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 육신의 하드웨어가 약해진 상태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워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활동 범위를 좁히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빠른 변화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회 및 공동체에서 변화를 조금 늦추려는 어른 그룹도 존재해야 변화로 인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너무 빠른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것을 옛날 방식대로 하기를 고수하면 속칭 꼰대가 될 수 있다. 특히 왕년의 영화를 생각하고 왕년 자랑을 하며 과거의 것을 무조건 지키려고 하지 말라. 반면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꼭 지켜야 할 것을 지혜롭게 지키면 꼰대가 되기보다 닮고 싶은 어르신이 된다. 그러므로 자랑을 삼가고 겸손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 비전에 충실하고 자기 현실에 감사하라.

2. 사람의 대비

 니느웨는 전쟁에 잘 대비했지만 그 모든 대비가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14-15절).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고 기도와 감사가 필요하다. 사소한 문제에서도 기도하라. 급할 때 교통이 막히거나 앞차가 늦게 가면 그 사소한 문제를 위해서도 기도하라. “하나님! 이 교통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이 상황에서도 감사를 잃지 않게 하소서.” 그때 마음을 다스리고 감사하며 기도하면 하나님이 신비한 보상을 준비해 주시고 더 큰 시련이 생기는 것도 막아주신다. 그러면 현재의 답답한 현실 하나하나가 축복의 탑을 쌓는 벽돌 하나하나로 변한다.

 급한 상황에서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을 때도 기도하라. “하나님! 그 물건을 찾게 하소서.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둘러보게 하소서. 그러나 못 찾아도 상황을 대처하게 하소서.” 그런 기도와 함께 침착하게 둘러보면 책 밑에 그 물건이 있거나 아니면 그 물건 있을만한 곳이 생각난다. 그때 찾으면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작은 믿음의 승리에 기뻐하며 은혜의 중요성을 새롭게 실감한다. 사람의 대비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더 중요하다.

 물론 은혜를 앞세워 산다면서 대비에 소홀하면 안 된다. 문제도 대비하고 미래도 대비하라.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서는 “일하기 싫어하면 먹지도 말게 하라.”라고 했다. 게으름은 그 자체도 죄지만 배반의 죄도 낳고 거머리 습성도 낳는다. 게으른 사람이 겉으로 유순하고 착하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를 공짜로 얻으려는 생존 전략이다. 그러다가 돈을 받아낼 기회가 생기면 염치와 양심을 버리고 법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악용하면서까지 집요하게 받아낸다.

 남이 내 자동차 범퍼를 들이받아 범퍼에 작은 흠이 나면 부지런한 사람은 “범퍼는 부딪치는 용도로 있는 것인데 뭘 그래요. 그냥 가세요.”라고 한다. 그러나 게으른 사람은 그 기회를 틈타 범퍼 교체 값을 받아내고 심지어는 염치와 양심을 버리고 멀쩡한 목을 붙잡고 내리면서 입원해 합의금을 요구한다. 게으름으로 인성이 나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땀을 흘리고 내일을 준비하고 대비하라. 그러나 아무리 잘 준비하고 대비해도 하나님이 한번 불어버리면 다 끝나기에 늘 겸손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라.

3. 사람의 번성

 니느웨는 교통과 무역의 요충지로 많은 상인이 드나들며 크게 번성했었다. 그러나 강성하다고 악을 행하면 언젠가 패망하고 수치를 당한다(16-19절). 번성과 성공을 자랑하지도 말고 그런 자랑에 현혹되지도 말라. 돈을 자랑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로또 당첨자는 사람들이 돈을 노리고 찾아올까봐 그 사실을 대개 감춘다. 진짜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노리거나 구걸하거나 투자하라는 사람 등이 무수히 찾아오는 것이 귀찮으니까 돈 자랑을 삼간다. 또한 돈을 노리고 접근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서도 돈 자랑을 삼간다.

 돈 있는 것을 자꾸 자랑하는 것은 철이 없거나 실제로 돈이 없거나 아니면 돈 자랑으로 사람을 미혹하기 위해서다. 은사를 자랑하는 사람도 실제로는 참된 은사가 없는 사람이다. 은사를 자랑하는 사람에게 미혹되지 말라. 돈과 힘이 생기면 과시하지도 말고 돈과 힘으로 정의가 왜곡되지도 않게 하라. 참된 부자는 의에도 관심을 둔다. 돈으로 죄가 아닌 것을 죄가 되게 하거나 죄인 것을 죄가 아니게 되게 해도 안 된다. 결국 의로운 부자도 필요하지만 의로운 법조인도 필요하다.

 왜 판검사가 제사장 의복처럼 만든 법복을 입는가? 남을 정죄하고 생명까지 좌우하는 존재로서 종교인처럼 최고의 양심과 진실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조인이 되는 것은 귀족이나 권력자가 되는 수단이 아니다. 의로운 법조인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최대의 수치로 여긴다. 국가와 사회가 큰 위기에 빠질 때는 법과 의가 돈과 힘에 의해 좌우될 때다. 그런 상황이 심해도 시정이 되지 않으면 언젠가 하나님이 심판의 손길로 그 상황을 직접 시정하신다.

 아무리 강성한 국가도 법과 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조만간 몰락한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법조 회사들은 강력한 파워 그룹으로서 그 힘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기득권을 가진 것을 감사하며 기꺼이 내려놓으려는 마음까지 가져야 피의 혁명이나 급격한 사회 변혁을 통한 추락이 예방된다. 국가의 패망이나 피의 혁명은 대개 법과 의가 무너지는 것이 징후다. 돈과 힘이 법과 의를 앞서는 부조리가 시정되지 않으면 언젠가 국민의 이름으로 매스가 대어지고 그것도 안 되면 하나님의 심판이 주어진다.

 돈과 힘과 물질이 생기면 그것을 자랑의 도구가 아닌 사랑의 도구로 쓰라. 번성이 추락의 예고가 되지 않도록 잘 나갈 때 잘 낮아지라. 번성 자체를 죄악시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번성해야 사회도 복된 사회가 된다. 번성을 추구할 때도 겸손을 잃지 말고 번성의 축복을 얻은 후에도 겸손을 잃지 말라. 겸손의 바탕이 없다면 사람의 잘난 것이 오히려 패망과 추락을 앞당기는 촉매가 된다.

< 겸손한 사랑으로 행하라 >

 요즘 왜 은사를 가졌다는 사람에 대해 호감도가 낮아지는가? 은사를 가지고 조용히 섬기기보다 자랑하기 때문이다. 은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라고 주어진 것이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진 것으로 자랑하지 말고 사랑하라. 내 곁의 사람을 자랑 대상이 아닌 사랑 대상으로 삼으라. 모든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헛된 자랑으로 남의 기분을 저하시키지 말라. 왜 기도하는가? 문제 해결의 목적도 있지만 좀 더 겸손해지려는 목적도 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섬기라고 주어진 것이지 자랑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없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이곳에 없어도 돼.”라고 생각하라. 나를 주인으로 여기지 말라. 주님이 주인이시다. 내가 없으면 가정이 큰일 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님만 계시면 어디서든지 살 수 있다. 내가 없으면 나의 빈자리는 하나님이 누군가를 통해 채우신다. 나 혼자로는 늘 불완전한 존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의 부족함을 늘 인정하며 겸손함을 잃지 말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사람 자체를 불신하지 말라. 공동체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혼자 살겠다고 하지 말라. 속 썩는 일이 있어도 동역자가 필요하다. 자랑하는 마음만 버리면 좋은 인간관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람은 사실상 자랑할 것이 없다. 나의 자랑거리도 하나님이 주셨기 때문이다. 은사나 소유를 가지고 자랑하기보다 사랑할 때 내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이 오래 내 곁에 머문다. 겸손한 사랑의 수고를 외면하지 말라. 참된 사랑은 혀끝이 아닌 손끝에서 나타나야 한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창문 넘어 바깥을 보는 창문형 인간과 거울로 자기만 보는 거울형 인간이다. 거울로 나만 살피는 거울형 인간이 되지 말고 창문을 통해 남도 살피는 창문형 인간이 되라. 창문을 넘는 헌신과 선교가 없으면 복된 삶도 없다. 내가 가진 것이 작다고 실망하지 말라. 하나님은 “그것이면 충분해.”라고 하신다. 내가 가진 것이 적을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희생하고 *헌신함으로 공동체에서 변화의 주체와 복의 근원이 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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