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혜롭게 될 때

 

[ 샤를 프랑수아 도비니 : 봄 ]



본문말씀 : 열왕기상 3장 1-15절


...9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10 솔로몬이 이것을 구하매 그 말씀이 주의 마음에 든지라 11 이에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것을 구하도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12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13 내가 또 네가 구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왕들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을 것이라 14 네가 만일 네 아버지 다윗이 행함 같이 내 길로 행하며 내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내가 또 네 날을 길게 하리라 15 솔로몬이 깨어 보니 꿈이더라 이에 예루살렘에 이르러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서서 번제와 감사의 제물을 드리고 모든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하였더라



< 사람이 지혜롭게 될 때 >

 본문에는 솔로몬이 즉위 초에 하나님께 지혜를 구해서 지혜와 함께 부귀와 영광도 약속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본문이 주는 교훈으로서 사람이 지혜롭게 될 때는 언제인가?

1. 하나님을 사랑할 때

 솔로몬은 왕이 되었을 때는 아직 성전이 건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백성들이 산당에서 제사했다(2절). 당시에 산당은 우상숭배의 온상으로서 산당 제사를 삼가야 했지만 솔로몬은 여호와를 사랑하고 그의 아버지 다윗의 법도를 행하면서도 종종 산당에서 제사하며 분향했다(3절). 원래는 예루살렘에 있는 법궤를 안치한 장막이나 기브온에 있는 성막에서 제사를 드려야 했는데 솔로몬 성전 건축 전이었기에 종종 산당에서 자기 편의대로 하나님을 섬긴 것이다.

 요새도 자기 편의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많다. 어떤 교인은 주일에 바다나 호수로 놀러가서 예배하는 마음으로 논다면서 예수님도 갈릴리 바다에서 설교하셨으니까 괜찮다고 자위한다. 어떤 교인은 주일에 유원지에서 수상스키를 타면서 물 위를 걸으셨던 예수님처럼 예배하는 마음으로 탄다고 한다. 그러나 주일을 피해 휴가를 가고 멀리 휴가 가서 어쩔 수 없는 경우 외에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하기를 힘써야 한다.

 당시 솔로몬은 산당 제사 하나만 빼면 좋은 왕이었다. 그러나 그 ‘하나만 빼면’이란 말이 참된 복을 막는다. 어떤 남편은 갑자기 화내는 것 하나만 빼면 좋은 남편이다. 어떤 아내는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 하나만 빼면 좋은 아내다. 솔로몬도 정략결혼을 한 것과 종종 산당 제사를 드린 것만 빼면 좋은 왕이었다. 그런 부족함이 있었어도 그가 지혜롭게 된 핵심 원인은 여호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려고 하면서 점점 지혜롭게 된다.

2. 욕심을 버릴 때

 사랑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면 다 주고 싶어진다. 자녀를 위해 큰돈을 써도 아깝지 않는 것은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면 하나님께 드리고 싶어진다. 결국 헌금은 은혜 받은 표시이면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표시이고 욕심을 버린 표시다. 솔로몬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표출되었는가?

 본문 4절을 보라. “이에 왕이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가니 거기는 산당이 큼이라 솔로몬이 그 제단에 일천 번제를 드렸더니.” 번제를 ‘일천 번제’로 드린 것은 자신을 최대한 온전히 드리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제물 천 마리를 쉬지 않고 연속해서 번제로 드렸다면 최소 7일은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제물 천 마리를 매일 아침과 저녁에 각각 한 마리씩 잡아 하루에 2마리를 드렸다면 5백 일간 드려야 했다.

 그렇게 일천 번제를 드리자 기브온에서 밤에 하나님이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5절).” 이 말씀을 보면 솔로몬은 욕심을 품고 자신의 소원 성취를 위해 일천 번제를 드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처럼 욕심을 버리고 더 받기보다 더 주려고 할 때 하나님과 사람의 사랑을 받고 지혜롭게 된다.

 서울의 한 작은 교회 목사가 다른 교회의 원로 목사와 협력 목회를 고려하다 그 원로 목사의 개혁적인 언어 습관을 보고 결국 포기했다. 가족 같은 작은 교회에서는 가까운 성도 한 사람이 개혁 의견을 내도 목사가 내상을 입기 쉽다. 하물며 원로 목사가 개혁 의견을 내면 더 내상을 입기 쉽다. 목회가 힘들다는 것은 그런 내상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할 때 어떤 상황에서도 내상을 적게 입는 최대 비결이 있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어떤 현실도 잘 헤쳐 나갈 지혜가 생긴다.

3. 은혜에 감사할 때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구하라고 하셨을 때 솔로몬은 자신의 소원을 말하기 전에 먼저 다윗과 자신에게 하나님이 베푸신 큰 은혜에 대해 감사했다(6절). 그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하는 것이 지혜이고 지혜를 얻을 전조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알 때 나타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겸손한 고백이다.

 본문 7절 하반부를 보라.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백성들을 잘 다스릴 줄 모른다는 말이다. 당시 솔로몬은 약 20세였기에 진짜로 작은 아이는 아니었다. 결국 그의 고백은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한 고백이었다. 그처럼 자신의 한계를 알 때 지혜롭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안다는 말은 하나님이 주신 만큼만 받고 하나님이 알게 하신 만큼만 알고 하나님이 할 수 있게 하신 만큼만 한다는 뜻이다. “하면 된다.”라는 무조건적인 선언은 거짓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긍정적인 신념은 참된 신앙이 아니다. 하면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라 안 될 것은 안 된다. 하나님이 되게 하시는 것만 되고 가능하게 하시는 것만 할 수 있다. 그런 한계를 아는 것이 지혜다.

 자기 의를 경계하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옳은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틀린 사람도 없다. 같은 사람에게서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고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공존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은 다른 환경과 상황과 현실과 시간에 처하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 같은 사람도 어떤 때는 착해질 수 있고 어떤 때는 악해질 수 있다. 사람은 다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존재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닫고 은혜를 앞세우면서 감사할 때 사람은 가장 지혜롭게 된다.

4. 듣는 귀를 가질 때

 솔로몬은 선악을 분별하는 재판을 잘 감당하도록 듣는 마음을 달라고 했다(9절). 사람은 듣는 마음과 듣는 귀를 가질 때 가장 지혜롭게 된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더 나아가 그 말씀대로 살면 최고로 지혜롭게 된다. 결국 듣는 마음과 듣는 귀를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삶이 지혜다. 사람은 어릴수록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돈다고 여긴다. 그처럼 남이 나 중심으로 돈다고 여길수록 정신이 돌게 되고 내가 남 중심으로 돌려고 할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지혜롭게 된다.

 지혜롭게 되려면 사려 깊게 들을 줄 알라. 사려 깊게 듣는 훈련을 하면 점차 철들면서 남의 마음을 얻게 된다. 흔히 남의 마음을 얻으려면 잘 말해야 하는 줄 알지만 역설적으로 잘 듣는 사람이 오히려 남의 마음을 더 얻는다. 잘 말하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만 잘 들으면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은 종종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라고 하시면서 듣는 삶의 가치를 역설하셨다.

 듣는 귀는 사람의 마음도 크게 움직이고 하나님의 마음도 크게 움직인다. 하나님과 기도로 대화할 때도 하나님께 나의 말을 많이 하면 응답 가능성이 낮아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많이 들으면 응답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듣는 귀의 복은 듣는 기도의 복으로 연결된다. 나의 기도가 사람들의 귀에 많이 들리게 하는 것은 좀 더 줄이고 하나님의 귀에 많이 들리게 하는 것을 좀 더 늘리라.

 기도는 사실상 하나님이 들으시라고 하는 것인데 사람에게 많이 들리게 하려고 하면 기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표기도도 너무 길게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 앞에서의 대표기도는 짧게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담아 기도하고 하나님 앞에서는 은밀하게 오래 기도하라. 은밀한 기도가 응답 가능성이 큰 능력 있고 지혜로운 기도가 된다. 사람의 귀를 감동시키기보다 하나님의 귀를 감동시키고 사람의 마음에 들기보다 하나님의 마음에 들려고 하라. 입보다 귀를 더 발달시키려고 애쓰면 점차 지혜롭게 된다.

< 하나님께 마음을 드리라 >

 솔로몬이 지혜로운 마음을 구하자 그의 구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하나님이 그에게 전무후무한 지혜와 총명, 비교할 수 없는 부귀와 영광, 그리고 말씀대로 산다는 전제 하에서 장수의 복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11-14절). 그 말씀을 듣고 솔로몬이 꿈에서 깬 후 기브온 산당을 떠나 예루살렘에 이르러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서서 번제와 감사의 제물을 드리고 모든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했다(15절).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두 개의 장막이 있었다. 기브온 산당에 있는 기존 장막과 예루살렘 시온산에 있는 임시 장막이다(삼하 6:17). 기브온 장막은 광야 시절의 성막 형태를 갖췄지만 법궤는 없었고 예루살렘 장막에는 법궤가 있었지만 온전한 성막 형태는 아니었다. 솔로몬은 기브온 산당 장막에서 일천 번제를 드린 후 약속의 말씀을 받고 예루살렘 시온산 장막의 법궤 앞에서도 번제와 감사의 제사를 드리고 파티를 벌인 것이다.

 그 일천 번제를 계기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안에서 더욱 한 마음이 되고 민족적이고 국가적인 사기도 넘치면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번성하고 영토가 컸던 솔로몬 왕국의 기틀을 닦았다. 결국 솔로몬이 영과 진리로 예배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 제목을 가진 것이 번성의 기초석이 된 셈이다.

 솔로몬의 제사와 기도가 교훈하는 3가지 기도 응답의 원리가 있다. 첫째, 소원이나 기도 응답에 집착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께 좋은 것을 드리라는 것이다. 둘째, 기도할 때 며칠 기도한 후 포기하지 말고 오백 일이나 천 일까지 끈질기게 기도하라는 것이다. 셋째, 기도할 때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기도를 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구하면 하나님은 내가 구하는 것 이상으로 넘치게 채워 주실 것이다.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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