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한 후에 말하라

 

[ 김세진 : 도시의 밤 - 별을 보다 ]


본문말씀 : 느헤미야 2장 1-3절


1 아닥사스다 왕 제이십년 니산월에 왕 앞에 포도주가 있기로 내가 그 포도주를 왕에게 드렸는데 이전에는 내가 왕 앞에서 수심이 없었더니 2 왕이 내게 이르시되 네가 병이 없거늘 어찌하여 얼굴에 수심이 있느냐 이는 필연 네 마음에 근심이 있음이로다 하더라 그 때에 내가 크게 두려워하여 3 왕께 대답하되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내 조상들의 묘실이 있는 성읍이 이제까지 황폐하고 성문이 불탔사오니 내가 어찌 얼굴에 수심이 없사오리이까 하니



< 꾸준히 기도하라 >

 기슬르월에 시작된 느헤미야의 간절한 기도(느 1:1)는 4개월이 지나 니산월까지 계속되었다(1절). 그동안 응답이 없어도 그는 꾸준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다. 드디어 니산월 어느 날 왕의 잔치가 벌어졌다. 그때 술 관원인 느헤미야가 정성스럽게 왕에게 술을 따라드렸지만 그의 안색이 평소와 달랐다. 그 전에는 왕 앞에서 늘 얼굴이 밝았는데 그날만은 수심이 가득했다.

 고대에 왕 앞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는 것은 큰 불경죄였고 특히 느헤미야처럼 술 맡은 관원은 더욱 왕의 마음을 즐겁게 해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잔칫날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는 것에 대해 왕이 상당히 기분이 상했겠지만 그날만은 왕이 연민의 정을 가지고 반응했다. 왜 그랬는가? 느헤미야의 꾸준한 기도 결과였다. 그때 느헤미야는 이렇게 기도했었다. “하나님! 제 기도를 들으시고 형통함을 주셔서 왕 앞에 은혜를 입게 하소서(느 1:11).” 그 기도가 4개월 만에 그대로 응답된 것이다.

 기도는 결코 헛되지 않다. 기도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이다. 어떤 어려운 현실을 만나도 꿈과 비전을 잃지 말고 계속 기도하라. 꿈과 비전과 기도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꿈을 이루는 꿈같은 때가 온다. 그때까지 넉넉한 믿음으로 기다리라. 사람도 7개월 만에 태어나면 기형아가 되듯이 기도 응답도 너무 빨리 주어지면 기형적인 열매가 될 수 있다. 동치미도 시간이 지나야 제 맛이 나듯이 기도 응답도 하나님의 때에 가장 멋진 모습이 된다.

 야고보는 화형대에 올라가고 사자 밥이 되는 극한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약 5:7).” 하루아침에 응답되는 기도 제목도 드물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성장도 드물다. 일이 생각대로 안 풀려도 꾸준히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날을 볼 때가 온다.

< 지혜롭게 말하라 >

 “왜 얼굴에 수심이 있느냐?”는 왕의 질문에 느헤미야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2절). 왕 앞에서 표정이 어두우면 왕의 기분에 따라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때 예루살렘 성벽 재건에 관해 말씀을 드리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는데 사실은 그것도 두려운 일이었다.

 처음에 성벽 재건 공사는 에스라를 중심으로 한 2차 귀환자들이 시작했다. 그런데 대적들이 아닥사스다왕에게 “만약 예루살렘 성벽이 완성되면 그들이 반역할 겁니다.”라고 상소해서 왕이 그 공사를 중단시켰다(스 4:11-24). 그때 다시 “성벽 재건을 허락하소서!”라고 하면 자칫 반역자로 몰릴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느헤미야는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왕은 만세수를 하소서!”라는 말로 왕의 평안과 축복을 빌어주었다(3절).

 또한 느헤미야는 ‘예루살렘’을 ‘내 조상들의 묘실이 있는 성읍’이라고 표현했다(3절). 왕이 예루살렘 재건 공사를 금지시켰는데 그 앞에서 “예루살렘의 황폐로 속상해서 그래요.”라고 하면 왕에 대한 원망으로 들리며 왕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이란 말을 빼고 ‘내 조상들의 묘실이 있는 성읍’이라고 하니까 왕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효심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얼마나 지혜로운 말인가? 지혜로운 말은 꾸준한 기도의 산물이다. 그처럼 기도한 후에 말하라. 상대의 자존심과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해야 할 말을 다 하는 지혜를 갖추라. 말 한 마디가 일생을 좌우할 수 있고 가정과 교회와 한 나라의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늘 지혜로운 말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복되게 만들어가라. 교양이란 말 한 마디도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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