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써 준비하며 기다리라
본문말씀 : 누가복음 1장 18-20절
18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이다 19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받았노라 20 보라 이 일이 되는 날까지 네가 말 못하는 자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네가 내 말을 믿지 아니함이거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어지리라 하더라
< 침묵의 시간도 필요하다 >
본문에는 말문을 잃고 묵묵히 회복의 때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 나온다. 세례 요한의 아버지인 제사장 사가랴다. 그는 아비야 반열에 속한 제사장이었고 아내인 엘리사벳도 아론 제사장 가문의 후예였다(눅 1:5). 그런 귀한 가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자녀가 없었다. 당시에는 자녀가 없는 것을 저주로 여겼기에 근심과 수치가 컸을 것이다.
어느 날 사가랴가 제사장 직무를 이행하려고 성전에 들어가 분향하며 기도할 때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아들을 주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이름을 '요한(여호와는 은혜롭다)'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때 사가랴가 자기와 아내는 다 늙어서 그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했다(18절). 결국 그 불신적인 말로 인해 그는 약속의 성취 때까지 일시적으로 말을 못하게 되었다(20절). 그러나 그것이 한편으로는 은혜와 축복이다. 그 기간에 듣기만 하면서 자기 언행을 성찰하고 선한 다짐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그런 의문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면 의문이 풀리기보다 오히려 커질 때가 많다. 특히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는 교회생활에서 너무 입술이 많이 사용되고 말씀과 은혜를 깊이 묵상하는 일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성도의 가장 복된 태도 중 하나는 내 말을 하나님이 듣게 하려는 태도를 줄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내가 듣게 하려는 태도를 늘리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면 “이제 조금 더 침묵을 배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같다.
결국 사가랴가 말을 못하게 된 것은 조금 더 듣는 훈련을 할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였다. 신앙생활을 잘하려면 말하는 입이 잘 열리기 전에 듣는 귀부터 잘 열려야 한다. 하나님이 입은 하나로 만들고 귀는 둘로 만드신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2배로 하라는 뜻도 내포된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면 나중에는 그 말이 나를 해치는 올무가 되기도 한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대개 침묵이 강요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침묵이 없어도 되는가?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자발적인 침묵을 중시한다. 사람들이 다 목소리를 크게 내면 문제는 더 커진다. 침묵의 중요성을 알고 침묵하고 가끔 입을 열 때는 사랑과 격려의 말을 해 주라. 세상의 어둠으로 신음하는 사람에게는 때가 되면 하나님이 불의를 심판하고 상황을 역전시키실 것이란 믿음의 말을 해 주라. 말을 절제하고 때와 상황에 맞는 말을 깔끔하게 하면 사랑과 권위를 동시에 얻는다.
< 입을 열어 복음을 전하라 >
그때 가브리엘 천사가 언제까지 사가랴가 말을 못하게 된다고 했는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이뤄질 때까지라고 했다. 그때부터 사가랴는 정말로 말을 못하게 되었고 나중에 요한이 태어나서 서판에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쓰자 비로소 사가랴의 입이 열렸다(눅 1:62-64). 이 장면은 믿음 없는 말을 하려면 차라리 입을 다물라는 뜻이면서 반대로 믿음의 말을 많이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믿음으로 예수님을 시인하는 말을 많이 하라. 복음 전파에도 힘쓰라.
무디 목사는 전도하는 성도가 전도 안 하는 성도보다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영혼의 가치가 다르다는 뜻이 아니라 전도의 열정을 가지라는 강조적인 표현이다. 사람들은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진실하고 겸손하게 같이 교회에 나가자고 하면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현실을 이해하고 전도 목적이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목적으로 재물과 지위도 바르게 추구하라. 구원은 은혜로 받지만 상급은 얼마나 영혼 구원을 위해 애썼고 얼마나 교회를 잘 섬겼느냐에 따라 받는다.
하나님의 최대 관심은 영혼 구원에 있다. 나의 최대 관심도 영혼 구원에 있게 하라. 은혜와 축복도 영혼 구원의 목적을 가지고 구하라. 홍수가 나서 강둑이 터질 때 한쪽이 터지면 계속 그쪽만 왕창 터진다. 하나님의 은혜의 물결도 한번 터지면 왕창 터진다. 그런 역사가 나의 가정과 교회에도 있기를 꿈꾸고 기대하라. 이제 조만간 북한에도 은혜의 둑이 터질 것이다. 그때를 위해 준비하고 기도하고 고백하라. “하나님! 저희 교회가 많은 영혼을 구하는 기독교계의 쉰들러 같은 인물을 많이 배출하게 하소서.”
어느 날 한 교회에서 전교인 여름수련회를 갔다가 캠프파이어 직전에 한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다. 그날 밤 모든 행사가 취소된 채 전 교인이 수색에 나섰다. 산과 개울을 뒤지면서 전 교인이 밤잠을 설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아이가 서울로 가는 다른 교회버스를 잘못 타서 서울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모든 교인들이 안도하면서 한 영혼을 찾는 삶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한 영혼을 찾기 위해서라면 세상일도 포기하고 재미와 물질과 시간도 포기하고 밤잠도 설치려는 마음을 가지라. 어떤 사람은 전도와 선교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그를 격려해 주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라. 더 나아가 나도 전도와 선교에 힘써 동참하라. ‘전도의 은사’는 다 없어도 ‘전도의 의무’는 다 있다. 전도와 선교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맡은 일에 힘쓰면 하나님의 축복 약속도 적절한 때에 멋지게 성취될 것이다.
< 힘써 준비하며 기다리라 >
기다릴 때 또 하나의 중요한 자세가 있다. 열심히 준비하는 자세다. 기다리는 기간은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 기간에 예수 믿고 인물 되는 길을 위해 자기 달란트를 살려 힘써 준비하라. 사업을 시작할 때도 무작정 뛰어들지 말라. 사업을 잘하려면 사업적인 머리가 필요하다. 사업적인 머리가 부족하면 먼저 사업의 고수가 되도록 힘써 준비하라.
전쟁에서 이기거나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남이 어떤 사업에서 성공했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그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떤 분야에서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현상유지도 힘들다. 타고난 사업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 사업에 성공하려면 끊임없는 기도와 연구와 노력으로 사업 급수를 올려야 한다. 또한 사업에 뛰어든 후에도 계속 기도하고 연구하면서 사업 급수를 계속 높여야 한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면 하나님이 그 사업을 통해 큰 축복을 내려주신다.
바둑을 두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듯이 사업을 할 때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성공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다. 패배도 필요하다. 그때 기도하고 배우고 연구하고 생각하면 급수가 높아진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라.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 실력과 급수를 높이고 준비하면 최상의 때에 꿈과 비전이 이뤄질 것이다.
< 변화된 세상을 꿈꾸라 >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필자에게 교회 사역 비전과 함께 선교 사역 비전도 주셨다. 특히 말하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필자의 특성을 살려 문서 선교를 오래 전부터 준비하게 하셨다. 그 결과 <성경전권강해> 비전이 완성을 앞두고 있고 그 비전의 산물로 <월새기(월간새벽기도)>도 빛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월새기>가 발행되기 전에 하나님 앞에 수시로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준비한 콘텐츠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 발전시켜서 선교와 구제를 위한 좋은 통로로 만들 수 있습니까?”
그때 하나님이 이런 음성을 마음에 주셨다. “이 목사야! 정말 너를 사랑하고 네 사역을 이해하면서 도와줄 음지의 돕는 손길과 사업의 고수를 예비했다.” 그때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 아무리 사업의 고수라도 돈만 추구하는 사업가의 동역은 내키지 않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다시 이런 음성을 주셨다. “알고 있다. 계속 준비하면서 기다리라.” 기도 중에 그런 대화를 통해 큰 힘과 위로를 얻었고 마침내 하나님의 신비한 역사로 <월새기>가 탄생하고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다.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라. 다만 하나님을 의지한다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살지는 말라. 능동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복된 삶을 위해 땀 흘려 준비하라. 그래도 하나님이 지혜와 은혜를 주시고 좋은 만남을 허락해야 큰 역사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일과 그 뜻을 이루려고 실천에 나서는 일의 밸런스를 잘 갖추라. 그러면 찬란한 꿈과 비전이 이뤄질 때가 반드시 온다.
축복은 대개 믿음을 바탕으로 수고할 때 주어진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열매를 거둔다(시 126:5). 왜 세상에 소망이 있는가? 어디선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하나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외형이 크고 번듯하지 않아도 좋다. 현재 부족한 점이 많아도 내게 주어진 것을 힘써 활용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주려는 마음으로 살면 세상은 조금씩 변화된다.
어느 날 한 목사가 유기농 쌀을 구제시설로 보내자 누군가 말했다. “목사님! 일반 쌀을 사 주면 두 배를 보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어요.”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잠시 고민할 때 옆에서 아내가 말했다. “여보! 어려운 사람들은 좋은 쌀을 먹으면 안 돼요?” 그때 아내의 말이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려져서 유기농 쌀을 보내고 앞으로 무엇인가를 드릴 때는 되도록 좋은 것을 드리자고 결심했다. 계산적인 머리는 없어도 하나님의 뜻대로 좁은 문의 삶을 선택하면 세상은 조금씩 변화될 것이다.
변화된 세상을 꿈꾸며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살라. 더 많이 선교하고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을 사모하며 구하라. 하나님이 그 마음을 기억해 주실 것이다. 성도는 현재의 시간과 위치에서 사랑의 영역을 넓혀가도록 부름 받은 존재다.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꿈과 비전은 결코 그냥 사장되지 않는다. 때가 되면 그 꿈과 비전이 멋지게 이뤄질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열심히 사랑의 씨를 뿌리고 거룩한 비전을 향해 힘써 달리면서 예수님의 재림을 즐겁게 기다리는 복된 심령이 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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