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한 해를 위한 결심

[ 앙리 마티스 : 댄스 ]



본문말씀 : 레위기 23장 23-32절


23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4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일곱째 달 곧 그 달 첫 날은 너희에게 쉬는 날이 될지니 이는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성회라 25 어떤 노동도 하지 말고 여호와께 화제를 드릴지니라 26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7 일곱째 달 열흘날은 속죄일이니 너희는 성회를 열고 스스로 괴롭게 하며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고 28 이 날에는 어떤 일도 하지 말 것은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 29 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 30 이 날에 누구든지 어떤 일이라도 하는 자는 내가 그의 백성 중에서 멸절시키리니 31 너희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거주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니라 32 이는 너희가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 달 아흐렛날 저녁 곧 그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을 지킬지니라



< 느긋하게 힘써 준비하라 >

 신실하다는 것은 쉬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다른 것을 바라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 안에서 쉴 줄도 알고 놀 줄도 알고 다른 것을 바라볼 줄도 알라. 일상적인 삶의 거부가 신실함은 아니다. 일상의 삶에도 충실하고 쉴 줄도 알아야 하나님의 은혜가 더 체감되고 거룩한 창조성도 더 발휘된다. 정신없이 신앙생활을 하기보다 정신을 차리고 신앙생활을 해야 편견과 극단과 교만과 위선에 빠지지 않고 신실한 믿음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가끔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고 산책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느슨한 삶을 즐기라. 잠시 느슨해지는 모습을 게으름이 아닌 기다림으로 여기라. 너무 조급하게 신앙생활의 틀에 젖어 살면 이단 교주에게 영혼이 팔린 인간 셔틀처럼 될 수 있다. 믿음으로 넉넉히 기다릴 줄 알라. 최선의 땀을 흘리면서도 조급해하거나 초조해하지 말라. 조급함과 초조함은 믿음이 부족한 표식이다. 기다리는 기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으라. 성도의 인생은 단기전이 아닌 천국을 준비하는 장기전이다. 준비는 승리만큼 귀한 것이다.

 복된 한 해를 만들려면 씻어내야 할 것은 잘 씻어내고 잘라내야 할 것은 잘 잘라내어 좀 더 나아지려고 힘쓰라.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참된 복을 얻도록 힘써 돕고 남들이 나를 진짜 복된 사람으로 여기도록 작년보다 더 나은 삶의 흔적이 나의 얼굴과 언어와 행동에 나타나도록 준비하라. 그래서 후일에 하나님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기에 금년에도 더욱 힘쓰라.

< 복된 한 해를 위한 결심 >

 본문 말씀은 일곱째 달 첫 날에 지키는 절기인 나팔절과 그 달 열흘날에 지키는 절기인 속죄일에 관한 규례가 언급된 말씀이다. 유대 종교력 7월은 민간력 1월에 해당되기에 종교력 7월 1일의 나팔절은 민간력 1월 1일의 설날과 같은 절기다. 또한 하나님은 나팔절 이후에 10일 만에 속죄일을 지키게 하셨다. 그것은 새해 초기의 속죄가 복된 한 해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암시다. 본문의 나팔절과 속죄일에 대한 규례를 통해 얻는 교훈으로서 복된 한 해를 만들려면 어떤 결심을 해야 하는가?

1. 말씀을 가까이하리라

 절기를 지키는 삶에 관한 계명을 하나님이 주실 때마다 반복되어 나오는 표현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는 표현이다. 똑같은 표현이 레위기 23장에만 5번(1절, 9절, 23절, 26절, 33절) 나온다. 그것은 복된 새해를 위해 가장 먼저 결심해야 할 삶이 말씀을 가까이하는 삶임을 도전한다.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타인 감수성도 넘치게 되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 그러나 일반 책이 따라올 수 없는 책이 있다. 바로 성경이다. 성경은 삶의 기준과 복의 원천이다. 성경은 영어로 ‘무엇인가를 재는 기준’이란 뜻을 가진 캐넌(canon)이라고 한다. 성경을 삶의 기준과 인생의 길잡이로 삼으면 사람답게 되고 성도답게 되면서 잘못된 습관조차 승화되고 선용되는 역사가 나타난다.

 말씀을 멀리하면 인생길을 잃고 사람다움과 성도다움도 잃는다. 세상의 화려한 불빛에 매혹되지 말고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으라. 왜 말씀이 아닌 다른 기준을 찾아 헤매는가? 조급함과 두려움 때문이다. 너무 복을 조급하게 얻으려고 하면 더 길을 잃는다. 길을 잃으면 지도를 보듯이 인생길을 잃은 것 같으면 성경을 보라. 성경은 천국 길을 알려 주는 지도이고 천국 삶을 살게 하는 지침서다. 말씀을 삶과 감정을 비춰 보는 거울로 삼아 지혜롭게 현실을 잘 대처하고 극복하라.

2. 주일을 힘써 지키리라

 주일을 잘 지키려면 구체적으로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예배다. 신년 첫 날이 되면 이스라엘 전역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루 종일 나팔을 불었기에 그날을 나팔절이라고 한다. 그날에는 신년 기념 성회를 열었다(24절). 성회는 지금 개념으로는 예배다. 주일을 지키는 삶의 핵심 내용은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삶이다.

 둘째, 안식이다(25절). 기독교에서 안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 않고 더 창조적이고 소중한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쉬는 것을 뜻한다. 구약 율법주의자들은 사소한 일상사까지 제재하는 수많은 안식일 규례를 만들어 자신들의 영성을 과시하면서 신앙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주일을 지키는 삶이란 주일에 모기를 잡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삶이다.

 셋째, 드림이다. 나팔절에 화제를 드리는 것(25절)은 주일에 헌금을 드리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왜 헌금을 드리는가? 이전에 받은 은혜와 이후에 받을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것이다. 드리면 더 얻는다는 조건적인 자판기 신앙을 버리라. 다만 드릴 줄 알아야 은혜를 받는다는 원리만은 잊지 말라. 드릴 줄 아는 마음은 이미 은혜가 넘치는 마음이다. 드리는 훈련이 될 때 사람을 망치는 욕심 극복 능력이 커지고 내일의 은혜도 커진다.

3. 회개를 앞세워 살리라

 유대 종교력 7월 10일은 속죄일인데 그날은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번 지성소로 들어가 모든 이스라엘 백성의 죄에 대한 속죄 의식을 치르는 날이기에 대속죄일이라고도 표현한다(26-27절). 대속죄일에 성회를 열고 스스로 괴롭게 하라는 말은 자해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락을 금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엄숙히 보내라는 말이다.

 하나님이 신년 초에 대속죄일을 두게 하신 것은 승리하는 한 해로 만들려면 회개를 앞세워 살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대속죄일에 일과 쾌락을 금하며 엄숙히 지내야 하는 규례를 어기면 죄가 그대로 있기에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축출되기도 했고 심지어는 본보기로 처형되기도 했다(29-30절). 이 규례도 회개의 중요성을 잘 교훈한다.

 고대에는 큰 재앙을 막으려고 사람을 신을 달래는 희생양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또한 왕이나 족장이 곤란한 상황과 환경을 반전시키려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희생양은 대개 약자다. 억울한 희생양을 통해 상황 반전을 꾀하면 일시적으로는 성공해도 약자를 억울하게 희생시킨 것이기에 언젠가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따른다. 회개는 스스로를 희생양으로 삼아 상황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예수님의 보혈을 의지하는 것이 참된 회개다.

 하갈이 아브라함의 아들을 낳고 주인마님 행세를 하다가 진짜 주인마님인 사라로부터 광야로 쫓겨났다. 그 과정은 필요했다. 광야에서 하갈이 진심으로 애통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고 애통했기에 다시 주님의 은혜를 입었다. 약자의 애통을 이해하고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애통의 눈물을 앞세워 회개할 때 하나님의 은혜로 인생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상황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4. 말씀대로 힘써 살리라

 말씀을 가까이하며 말씀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씀을 삶의 현장에서 힘써 지키는 것이다(31-32절).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하라.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무엇이 되려고 하라. 나의 존재 의미를 ‘하는 것’이 아닌 ‘되는 것’에서 찾으라. 남들이 선망하는 일을 하는 것에서 존재 의미를 찾기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서 존재 의미를 찾으라.

 복된 한 해를 만들려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힘써 살라. 문제와 시련을 만나 잠시 믿음이 없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많은 믿음의 선진들도 고난 중에 한때 믿음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문제와 시련에 짓눌려 살지 않는 것이다. 문제와 시련을 맞아 잠시 슬퍼한 후에는 곧 감사를 다시 찾고 용기 있게 다시 일어서서 씩씩하게 매일의 삶을 살아내며 앞날을 더 복되게 만드는 것이 말씀대로 사는 모습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삶이 저절로 달라지지 않는다. 새롭게 결심해야 삶이 달라진다. 한 해의 시간을 하나님이 새로 주신 소중한 선물로 여기고 하나님을 붙잡고 힘을 내어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하라.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이 연약한 곳일지라도 그곳에 두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고 그곳에서 배우고 그곳에서 열심히 맡은 책임을 다하라. 현실 타파를 현실 도피로 이루려고 하지 말고 현실 극복으로 이루라. 지금의 현실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내면 조만간 하나님이 더 복된 자리와 더 복된 세계로 이끄실 것이다.

 성공도 추구하라. 다만 왜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만은 결코 잊지 말라. 왜 성공해야 하는가? 비빌 언덕이 없는 사람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기 위해서다. 그런 소명적인 성공 의식을 가지라. 한 해를 복되게 만들려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찬란한 뜻과 계획을 신뢰하면서 하나님을 마음의 중심에 모시고 나의 삶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이웃에게 복이 되게 하라. 그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의 선봉에 서서 성령의 바람을 따라 훨훨 나는 나비처럼 은혜롭게 살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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