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가 되는 길

 

[ 도메니코 페티 : 다윗 ]



본문말씀 : 사무엘상 10장 20-27절


20 사무엘이 이에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베냐민 지파가 뽑혔고 21 베냐민 지파를 그들의 가족별로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마드리의 가족이 뽑혔고 그 중에서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으나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한지라 22 그러므로 그들이 또 여호와께 묻되 그 사람이 여기 왔나이까 여호와께서 대답하시되 그가 짐보따리들 사이에 숨었느니라 하셨더라 23 그들이 달려 가서 거기서 그를 데려오매 그가 백성 중에 서니 다른 사람보다 어깨 위만큼 컸더라 24 사무엘이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보느냐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느니라 하니 모든 백성이 왕의 만세를 외쳐 부르니라 25 사무엘이 나라의 제도를 백성에게 말하고 책에 기록하여 여호와 앞에 두고 모든 백성을 각기 집으로 보내매 26 사울도 기브아 자기 집으로 갈 때에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유력한 자들과 함께 갔느니라 27 어떤 불량배는 이르되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 하고 멸시하며 예물을 바치지 아니하였으나 그는 잠잠하였더라



< 좋은 리더가 되는 길 >

 본문에는 사무엘이 주도한 제비뽑기를 통해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뽑히는 장면이 나온다. 사울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 세워진 왕이었기에 처음에는 왕권이 약했지만 점차 왕권이 강화되었다. 왕으로 뽑힐 때 사울이 좋은 리더가 되기에 합당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하나님 앞에서 침묵하라

 사무엘이 이스라엘에서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도하며 침묵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울도 왕으로 선택되는 전후 과정을 보면 침묵하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침묵이 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당당하게 말해야 할 때는 말하라. 다만 당장 말하고 싶어도 말을 절제하면서 침묵 훈련을 하면 말할 때 더 정제되고 권위 있는 말을 할 수 있다. 또한 하나님 안에서 침묵 훈련은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자기를 더 단단하고 진중하고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위대한 인물이 되려면 침묵 훈련에 익숙해지라.

 본문 앞 10절을 보면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크게 임했을 때 그가 선지자의 무리와 함께 예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성령 충만의 증거라고 여긴다. 물론 그것도 성령 충만의 증거지만 본문 앞 16절에서 숙부가 사무엘이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사울이 입을 닫고 사무엘이 말하던 나라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도 성령 충만의 증거다. 그처럼 입을 열어야 할 때는 열고 닫아야 할 때는 닫는 능력과 지혜를 갖추라. 무조건 탁월한 언변을 가지는 것보다 지혜로운 언어생활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만약 당시에 사울이 숙부에게 사무엘과 함께 있었던 일을 이렇게 고했다고 생각해 보라. “숙부! 이 얘기는 절대 비밀인데 사무엘이 제게 기름을 부었어요.” 숙부가 그 비밀을 지켜주면 괜찮은데 만약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 비밀에 새어나가 만약 숙부가 그 얘기를 주변인들에게 했다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겠는가?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선택하는 제비뽑기 과정에 심대한 오해와 의심이 생겼을 것이다.

 사무엘이 백성들을 미스바로 모이게 해서 제비로 왕을 뽑는 과정에서 지파 중에는 베냐민 지파가 뽑혔다(17-20절). 그리고 베냐민 지파 사람 중에서 마드리의 가족이 뽑혔고 마드리의 가족 중에서 기스의 아들 사울이 제비 뽑혔다(21절). 수만 명 중에서 제비를 뽑는데 사무엘이 기름 부은 대로 사울이 뽑힌 것이 너무 신기한 일이다. 하나님의 역사로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한데 만약 사울의 숙부가 사울과 했던 얘기를 떠벌여서 사람들이 사울이 왕이 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백성들이 “야! 짜고 치는 제비뽑기다. 조작이다.”라고 했을지 모른다.

 백성들이 그렇게 의심하면 사울의 왕권은 크게 훼손된다. 그 비밀을 숙부가 왕을 제비뽑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사울이 왕이 되는데 문제가 없었어도 언젠가 그 비밀을 숙부가 말한다면 그 순간 사울의 리더십에 큰 손상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사울이 사무엘의 기름 부은 일을 숙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매우 지혜로운 조치였다. 때가 이를 때까지 내가 간직한 꿈과 비밀을 함부로 남에게 고하지 말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도 함부로 말하지 않고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이 점차 리더의 위치에 서고 권위도 얻는다.

2. 자신을 감추고 낮추라

 제비뽑기를 통해 사울이 왕으로 뽑혔을 때 그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할렐루야! 이 모든 것에 대해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짐보따리들 사이에 숨었다(22절). 사울이 젊을 때는 겸손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처럼 겸손하게 자기를 낮출 때 오히려 높아진다. 하나님 관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잘난 척 하면 인간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고 좋은 친구나 좋은 팔로워도 얻기 힘들다.

 위대함을 추구하라고 해서 마음만 높아지지 말라. 진짜로 위대해지는 길은 겸손에 있다. 언뜻 보면 위대함과 겸손함은 모순 같다. 위대함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겸손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깨신 분이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분이면서 가장 겸손하셨다. 위대함과 겸손함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겸손이란 스포트라이트를 외면하거나 낮은 자리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정상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겸손할 수 있다. 정상에서 겸손한 것이 더 복된 겸손이다.

 또한 겸손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알고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가만히 있거나 굽실거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붙잡고 하나님이 주시는 힘을 의지해 열심히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은혜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면서 얻는 것이 아니기에 위대한 일에 나서야 참된 은혜도 받는다. 참된 은혜는 좋은 결과와 열매를 무조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황과 환경을 극복할 능력과 의지와 지혜를 주시는 것이다.

 성도가 위대한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은 하나님이 전능하심을 부인하는 것 같고 하나님의 새로운 은혜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열심히 일해서 재정 능력을 구비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시도 등을 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은 그런 승리와 성공을 이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무의식중에 표출하는 불신적인 태도다. 이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도 하나님을 붙잡고 위대한 일을 계획하고 시도하고 계속 추구하라.

3. 잠잠히 참고 기다리라

 왕으로 뽑힌 사울이 짐보따리들 사이에 숨어 있자 사람들이 달려가서 거기서 사울을 데려왔다. 사울이 백성 중에 서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엄청나게 컸다. 그때 모인 백성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준수하고 건장한 그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순간 사무엘이 백성들 앞에서 소리쳤다. “너희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보느냐? 모든 백성 중에 짝할 이가 없느니라(24절).” 그러자 모든 백성들이 소리쳤다. “왕 만세!”

 그때 사무엘이 나라의 제도를 백성에게 말하고 책에 기록하여 여호와 앞에 두고 모든 백성을 각기 집으로 보냈다(25절). 사울도 기브아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때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유력한 자들과 함께 갔다(26절). 반면에 어떤 불량배는 말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 그렇게 멸시하며 예물을 바치지 않았다. 그런 조롱을 듣고도 사울은 잠잠했다(27절). 잠잠히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은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자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소중한 능력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잠잠히 참고 기다리면 오히려 하나님은 바삐 움직이며 일하실 것이다. 그러면 사울이 불량배를 제거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역사는 결국 하나님의 편에 선 사람의 손을 들어 준다. 그러므로 성령 충만해도 잠시 후퇴해야 할 때는 후퇴하고 말을 절제해야 할 때는 절제하라. 본문 22절에 나오는 ‘숨었느니라’는 표현과 27절에 나오는 ‘잠잠하였더라’라는 표현은 마치 실패자의 위축된 모습 같지만 그 후퇴와 침묵은 결국 위대한 승리로 귀결되었다.

 성령 충만에 대한 개념을 큰소리치며 전진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라. 전진할 때도 필요하고 후퇴할 때도 필요하다. 믿음의 후퇴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후퇴하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전진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잠잠히 참고 기다릴 때 조만간 복된 승리의 열매가 나타날 것이다.

4. 행동하는 믿음을 가지라

 잠잠히 참고 기다리라고 해서 무조건 죽어지내라는 말은 아니다. 또한 겸손하라고 해서 소심하게 지내라는 말도 아니다. 무조건 잠잠히 참기만 하지 말고 오래 참고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일어서라. 그렇게 일어설 때는 흥분한 채 미움과 분노를 가지고 일어서지 말고 마음의 풍랑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서라. 어떤 환경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태산 같은 고요함과 웅장함을 유지한 채 일어서라.

 성도의 고요함은 두려운 침묵이나 창백한 적막이 아니라 하늘의 평안에서 오는 고요함이다. 평안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음지에서 침묵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막는 사탄의 세력과 치열하게 소리 없이 싸우라. 그러다가 때가 되면 소리 내어 일어서라. 거룩하고 평안하게 산다는 것이 무골호인처럼 이용당하면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마음의 평안을 변함없이 유지한 채 거룩한 분노를 나타내라.

 노란 얼굴을 한 채 늘 소심하고 창백하게 살지 말고 행동하는 믿음을 가지라. 소리가 없어도 불의와 맞서는 최전선의 용사가 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최전선의 성도가 되라. 세상의 불의와도 싸우면서 나 자신의 욕심과 소심과 미움과 나태와 싸우라. 잠잠히 침묵하라는 말씀을 내세워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하지 않는 것은 성도의 직무유기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지만 믿음으로 계속 나아가면 스가랴의 고백이 내게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큰 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 앞에서 평지가 되리라(슥 4:7).”

 현실이 큰 산처럼 느껴질 때 탄식하지 말고 침묵하면서 하나님만 바라보고 기도하라. 그러면 하나님이 나의 울타리가 되어 주시고 큰 산은 평지처럼 무너뜨려 주실 것이다. 살다 보면 가끔 고난, 조롱, 고독, 낙심, 손해의 순간을 당한다. 그 순간들을 큰 믿음을 얻게 하는 하나의 계단으로 여기면서 그 상황을 믿음이 바탕이 된 침묵과 기도로 극복하고 마침내 참된 자유와 평안과 기쁨과 행복을 얻어 누리는 복된 심령이 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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