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분자가 되는 길

[ 틴토레토 :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시는 그리스도 ]



본문말씀 : 역대상 16장 37-43절


37 다윗이 아삽과 그의 형제를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있게 하며 항상 그 궤 앞에서 섬기게 하되 날마다 그 일대로 하게 하였고 38 오벧에돔과 그의 형제 육십팔 명과 여두둔의 아들 오벧에돔과 호사를 문지기로 삼았고 39 제사장 사독과 그의 형제 제사장들에게 기브온 산당에서 여호와의 성막 앞에 모시게 하여 40 항상 아침 저녁으로 번제단 위에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되 여호와의 율법에 기록하여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신 대로 다 준행하게 하였고 41 또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영원하시므로 그들과 함께 헤만과 여두둔과 그리고 택함을 받아 지명된 나머지 사람을 세워 감사하게 하였고 42 또 그들과 함께 헤만과 여두둔을 세워 나팔과 제금들과 하나님을 찬송하는 악기로 소리를 크게 내게 하였고 또 여두둔의 아들에게 문을 지키게 하였더라 43 이에 뭇 백성은 각각 그 집으로 돌아가고 다윗도 자기 집을 위하여 축복하려고 돌아갔더라



< 사람을 쫓아다니지 말라 >

 얼마 전 한 남성이 집요한 스토킹 행위로 구속되었다. 그는 몰래 따라다니며 촬영까지 했고 여러 차례 피해자의 주거까지 침입했다. 그의 구속 후에도 문제가 계속되었다. 가해자의 어머니가 짝사랑도 도가 넘어가면 범죄인 것을 깨달았다면서 아들의 용서를 구하고 합의를 종용하며 집요하게 문자와 전화를 한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가해자 모친으로부터 이중 스토킹을 당하는 느낌을 받고 더 힘들어했다.

 옛말에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기대어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란 미명으로 타인 감수성도 없이 상대를 싫다고 하는데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 그처럼 잘못된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무서운 폭력성을 내포한다. 나무는 열 번 찍어 넘어뜨려도 되지만 사람은 한 번도 무도하게 찍어 넘어뜨리려고 하면 안 된다.

 물론 무조건 죽자 살자 따라다녀 결혼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다. 그렇게 결혼해서 자기 사람이 되었다고 여기면 그때부터 결혼 전의 집요한 습성이 남아 강요하고 윽박지르고 심지어는 폭력까지 행사하는 사람으로 변하기 쉽다. 예전에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남자답다고 착각했다. 그것은 남자다운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것이다. 진짜 남자다운 것은 싫다는 여자를 과감하고 멋지게 놓아주어서 여자가 스스로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사랑 구걸도 심하면 폭력이듯이 일방적인 용서 구걸도 심하면 폭력이다. 어떤 사람은 잘못한 후 무조건 찾아가서 잘못을 뉘우쳤다면서 용서하고 화해하자고 강요한다. 그것은 잘못한 것에 강요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이중 가해다. 게다가 그 강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이 왜 용서를 안 받아줘.”라고 하면서 자기 영성을 과시하는 것은 잘못한 것에 강요하는 잘못과 비방하는 잘못까지 저지르는 삼중 가해다. 사랑 강요만큼 용서 강요는 나쁜 것이다.

 상대가 기쁘게 용서하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면서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지 무조건 찾아가 용서와 화해를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연성 폭력이다. 싫은 사람이 사랑과 용서를 내세워 자신의 고백을 받아달라고 할 때 그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랑과 용서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싫은 사람에게 의지적인 사랑은 권고해도 억지로 좋아하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이 모든 이성을 자기 집에 다 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해도 자기 집에는 이성 한 명만 들이고 나머지는 다 거부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되 모든 사람과 가까이하고 붙어 있지는 말라.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사람과만 가까이하라. 어떤 사람이 싫다면 집요하게 왜 싫으냐고 따지지 말고 그가 싫다는 요소를 힘써 버리라. 그러면 그가 언젠가 마음이 돌아서서 좋아하든지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을 하나님이 붙여 주실 것이다.

 사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지 말고 대신 하나님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라. 간절히 기도할 때도 받으려는 마음보다 주려는 마음으로 간절해지라. 그러면서 하나님을 배려하며 기도하라.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전능하신 하나님을 배려할 수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 ‘배려’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 같지만 하나님을 배려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앞세운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그처럼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야 불평 체질이 사라지고 감사 체질이 형성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남과의 지나친 경쟁도 버리라. 나만이 가진 재능과 나의 사명에 집중하라. 남의 영역을 넘보지 말고 자기 분수를 알며 자기 직무에 집중하라. 왜 불평이 생기고 불행을 느끼는가? 남을 바라보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남의 직무와 나의 직무는 다르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다른 기회, 다른 상황, 다른 환경, 다른 재능, 다른 사명, 그리고 다른 직무를 주셨다. 자기 직무에 묵묵히 힘쓰라. 그때 감사를 잃지 않게 되고 그렇게 감사하며 나아갈 때 복된 내일이 펼쳐진다.

< 감사하는 삶을 중시하라 >

 본문에는 다윗이 기브온 성막에서의 직무를 각 그룹에게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다윗 왕 때 두 곳에 성막이 세워져 있었다. 하나는 언약궤를 두려고 예루살렘에 새로 설치한 장막이고(대상 16:1) 또 하나는 기브온 산당에 있는 여호와의 성막이다. 다윗이 기브온 성막에서 네 그룹에게 맡긴 직무는 무엇인가?

 첫째, 아삽 그룹의 찬양 직무다. 다윗은 아삽과 그의 형제를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있게 하며 항상 그 궤 앞에서 섬기게 하되 날마다 그 일대로 하게 하였다(37절). 당시 날마다 제사가 있었고 그에 따라 아삽 그룹들도 날마다 찬양하는 일을 했다. 찬양은 곡조 있는 감사 기도와 같다. 찬양할 때는 하나님을 예배하고 높이는 마음과 더불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격과 감사가 넘치게 하라.  

 둘째, 오벧에돔 그룹의 안내 직무다. 다윗은 오벧에돔과 그의 형제 육십팔 명과 여두둔의 아들 오벧에돔과 호사를 문지기로 삼았다(38절). 그전에 3개월 동안 하나님의 궤를 집에 모셨던 오벧에돔은 문지기 직분과 악사 직분을 병행해 수행했다. 고핫 족속인 오벧에돔과 므라리 족속인 여두둔의 아들 오벧에돔은 동명이인이다. 당시 문지기 직무는 오늘날 예배 때 안내 직무를 뜻한다. 예배 때 안내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사독 그룹의 제사장 직무다. 다윗은 제사장 사독과 그의 형제 제사장들을 기브온 산당에서 여호와의 성막 앞에 모시게 했다(39절). 다윗 왕 때 성막이 두 곳에 세워져 있었기에 대제사장도 두 명이었다. 기브온 성막을 관할한 사독과 예루살렘 성막을 관할한 아비아달이다. 다윗은 대제사장 사독과 그의 수하 제사장들이 율법대로 항상 아침저녁으로 번제단 위에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게 했다(40절). 당시 대제사장의 직무는 오늘날 목사의 설교 직무를 뜻한다. 목사는 하나님의 뜻을 성도에게 잘 전해야 한다.

 넷째, 헤만 그룹의 감사 직무다. 당시 헤만 그룹의 핵심 직무는 감사하는 일이었다(41절). 그렇게 감사할 때 나팔과 제금들과 하나님을 찬송하는 악기로 소리를 크게 내게 했다(42절). 당시에 다윗은 제사 직무를 맡길 때 제사장 직무와 더불어 찬양을 강조했고 찬양 중에도 감사를 특별히 강조했다. 그만큼 감사하는 삶을 중시했다. 예배생활의 핵심 내용은 감사다. 교회생활에서 찬양을 맡은 성가대나 예배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안내위원이나 예배 때 설교를 맡은 설교자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잘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감사다.

< 좋은 직분자가 되는 길 >

 교회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한 가지 이상의 직분을 맡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직분에 힘쓰라. 좋은 직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가정 직무에도 충실하라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일을 마친 후 뭇 백성은 각각 그 집으로 돌아가고 다윗도 자기 집을 위하여 축복하려고 돌아갔다(43절). 이 구절은 언약궤를 옮기는 하나님의 일도 중요하지만 자기 집을 잘 돌보는 일도 중요함을 교훈한다. 교회 직무처럼 가정 직무를 중시하고 교회를 힘써 축복하면서 가정도 힘써 축복하라. 가정을 작은 교회로 여기고 삶의 제일 목표를 행복한 교회 만들기와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두라.

 하나님의 일을 할 때 가족과 자녀도 세심하게 돌보라. 어떤 목사는 목회 초기에 자녀를 위한 기도를 늘 교인들을 위한 기도 후에 하면서 그것을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으로 여겼다. 그가 나중에 자녀도 세심하게 돌봐야 할 양떼로 여기고 상황에 따라 자녀를 위해 먼저 기도하기도 했고 교인을 위해 먼저 기도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책무를 비롯해서 가정의 여러 책무에 힘쓰라. 무엇보다 중요한 가정 책무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가족을 주신 것을 감사하며 힘써 섬겨 주라. 가족이 두 번 말하는 수고를 줄여 주고 단번에 말을 들으려고 가족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 가족이 어떤 요구를 하면 귀찮고 힘들어도 힘써 들어주라. 처음에 사랑할 때 힘써 섬겨주듯이 그때의 마음을 가지고 힘써 가족을 돌보고 도와주라.  

2. 은혜를 깨닫고 감사하라

 하나님은 다윗 왕을 통해 각각의 성막 직무를 맡기면서 헤만 그룹을 따로 두어 감사하는 일을 맡겼다. 따로 사람을 두어 감사하게 할 정도로 하나님은 감사를 중시하시고 감사의 제사를 기뻐하신다. 왜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에게 문제와 시련을 허락하시는가? 그때 감사하는 믿음을 잃지 않는가를 보시기 위해서다. 그때 하나님의 선한 섭리를 믿고 감사를 잃지 않으면 조만간 문제와 시련 이상의 복이 따라온다.

 사람은 자기에게 있는 것은 감사할 줄 모르고 없는 것을 불평하는 본능과 얻은 것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잃은 것만 잘 인지하는 본능이 있다. 남자로서 입는 손해도 있지만 얻는 유익도 있고 여자로서 입는 손해도 있지만 얻는 유익도 있다. 그러므로 손해만 생각하고 불평하며 한에 빠지지 말고 유익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복을 누리라. 늘 유익보다 손해를 더 생각하는 본능을 넘어 손해보다 유익을 더 생각하는 의지를 앞세우라.

 살면서 손해만 본 것 같아도 자세히 살피면 그 과정에서 얻은 유익도 상당히 많다. 어찌되었든지 그런 삶의 과정을 거쳐 현재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을 가까이하는 자리에 있다면 결과적으로 최고 유익을 얻는 셈이다. 이제까지 받은 은혜를 발견해서 감격하고 감사하는 삶을 훈련하라. 이제까지 받은 은혜를 잊고 마치 자신이 받은 은혜를 자신의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지 말라. 조금만 어려워도 “하나님! 왜 제게 이런 일이 생깁니까?”라고 금방 불평하는 인생이 되지 말라. 늘 은혜를 깨닫고 범사에 감사하며 더 헌신해서 더 큰 은혜를 예비하라.

ⓒ 이한규목사  http://www.john316.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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