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本物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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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대단해서 대단하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 위에서 줄타는 인생을 살아 온 '나'란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들킨듯한 서늘함이다.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처럼 '몰입'의 파티다.

겪어 온 순간들의 모든 '나'중 어떤 것이 진짜인가.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인가.

표지처럼 사과는 다 같지만 다 다른 것처럼 다 나지만 다 내가 아닌가.

오랜만에 깊은 고민에 빠져봤다.

읽으시면서 또는 읽은 후에 잣대나 감상을 세상이나 인간에 돌리지 말고 "붙잡히는 어느 한 순간의 나"에 맞춰 보시기 바란다.



- 욕심 난 문장들


자기는 그런 인간을 소비하고 싶어?


내가 생각하기에 단단히 홀린 건 내가 아니라 길우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이었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설렁서렁 훑다 십분도 안 되어 나오는 사람.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고혹적인 장면들


내 취향은 굳이 따지면 카스나 하이트 쪽이었다.


오영은 '우리'의 사랑은 '저들'의 사랑보다 순도 높다고 했다.


저들은 김곤을 개발지로 삼으려 하지만 우리는 낙원으로 삼지 않느냐고,


마른 목이 축여지는 것처럼 개운하면서도


미담이 떨어지자 ~ 밀담까지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김곤이 내 일상에 틈입하는 순간이 있었다.


사전 지식 없이도 감상할 수 있고 뭘 안다고 감상이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그런 매끈한 세계를 추앙했다.


나른한 해이에 취해


유대와 소속감은 내 안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나와 다른, 나와 닮은 수많은 사람들



○ 혼모노 중


그애는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무당이 번아웃이라는 말은


산에 가지 않을 구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시간만 까먹는다.


죄다 떠났는데, 수상한 기미라도 있었다면, 어떤 조짐이라도 보였다면 납득이라도 할텐데 그들은 그저 떠났다. 언질도 없이 홀연히


니세모노(僞物). 가짜. 선무당


바나나 우유와 바나나맛 우유


그 여린 분이 돈 맛을 보자 어찌나 그악스러워지던지.


무형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늙어갈수록 본심을 숨겨야 약이 된다.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듯.



○ 구의 집 : 갈월동 98번지 중


야망에는 수많은 불쏘시개가 필요한 법이었다.


거짓이라곤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진심이 담긴 말도 아니었다.


수련원이든 고문실이든 .... ~ 인간을 위한 공간이긴 하니까요.


제 생각에, 이 공간엔 창을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 희망이 생기잖습니까.


복도 천장을 좀 더 높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천장이 높아져 잔향이 생기면 취조실에서 새어나온 비명이 복도를 울리게 될 것이고, 그 소리에 다른 이들의 공포가 극대화 될테니까요.


이상을 뺀 지독한 합리주의군.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만 ....


나선형 계단이라 .... 선생님의 설계에서는 .... 공포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인간에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 네.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 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수도 있다는 것을요. ~ 빛이 공간의 형태를 드러내 조사자에게 두려움을 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무력감을 안길거라고.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철저히 인간을 위해 이 공간을 설계 했습니다.


대장에 구보승의 이름을 새긴 건 그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야만이었다.



○ 우호적 감정 중


호의적인게 나쁜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 잉태기 중


미안해하지도 겸연쩍어하지도 않고 내 돈을 거리낌 없이 쓰는 아이. 나는 이것을 사치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욕도 아니지. 이 아이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누릴 뿐이다. 자연스럽고 기껍게.

*이욕(利慾) : 이익을 탐내어 바라는 욕심


내가 깔아둔 매끈하고 부드러운 판에 그애는 무사히 안착하기만 하면 되었다. 자연스럽고 기껍게.


내 아이의 시작은 이와 달랐으면 했다. 뜻이 좋은 이름. 성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부르기도 쉬운 이름. 무엇보다 아이를 향한 나의 기원이 이름에 담겼으면 해 몇 날 며칠 옥편을 뒤져가며 신중히 지었다.


애자지정은 계산을 요하는 문제가 아니건만 시부와 얽힌 문제에서 나는 항상 판단력을 잃고 무너진다. 추하게, 몹시도 추하게.

*애자지정(愛子之情) : 자식을 사랑하는 정성이나 정


가만보면 저 양반이나 너나 꼭 닮았어.


육아는 남편이 아니 시부와 하는 것 같았다. 겨루듯 치열히.


그 사람을 향한 염오도 언젠가는 무뎌질까.

*염오(厭惡) : 마음에 들지 않아 싫어하고 미워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 이 말이 비단 관용어가 아니라 들끓는 진심과 순애를 녹여 낸 말이라는 것을, 절절한 애정 표현이란 것을 너도 알게 될까.



○ 메탈 중


그들과 함께 달리면 우림은 더 나아질 것도 망할 것도 없는 현실에 가능성이 부여되는 것만 같았다. 녹슬지도 썩지도 않는 꿈을 영원히 꿀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부도체같은 그들에게 열정이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준 음악.


동네에 남은 시우와 우림은 각자의 몫을 하며 지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우림을 각근히 교화시키려 했다.

*각근히 : 어떤 일에 정성을 다하여 몹시 부지런하고 조심스럽게. 알뜰하고 살뜰하게.


청춘의 가장 푸른 시간을 이렇게 흘려보내도 될까. 긍지와 소신이 무위가 되고 무용이 되어 버리는 순간. 그럴 때 우림이 기댈 곳은 친구들뿐이었다.


침묵 외에 달리 공유할 만한 게 없었다. 좌절이나 실망, 슬픔을 나누고 싶진 않았으니까.


졸업하고 삼년이 지났는데도 마을은 그대로였다. ~ 그 불편이 반갑다기보다는 쓸쓸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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