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 And Other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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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리우 #KenLiu
#옮긴이_장성주
2012년 SF 및 판타지 문학계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 환상 문학 상을 동시 석권한 작가의 단편 모음집(종이 동물원 등 14편) 입니다.
읽는 내내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아닌 실재의 내 이야기, 우리 이야기, 나아가 나의 증언, 나의 고백, 나의 기도 같은 환상에 젖어 있었습니다.
역사의 교집합이 짙은(명암은 각기 다를) 극동 3국의 이야기 정서는 깊은 공감도 불러 일으켰습니다.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욕심 난 문장들>
- 천생연분 중
"틸리는 단순히 알고 싶은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등 뒤에서 제니가 외쳤다. "뭘 생각해야 할지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예요.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지금도 알아요?"
이제 당신한테 사생활은 눈곱만큼도 안 남았어요. 당신만의 것이라고 할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요. 당신은 고스란히 센틸리언 소유예요.
무선 전송 데이터는 공공장소에 떠다니는 거 였으니까,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아요.
우린 모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 성에 사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센틸리언이 우리 눈에 씌운 두꺼운 초록색 고글 때문에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보인다고 믿는거죠.
틸리의 생명은 데이터예요.
그 수많은 비트가 모여서 문자 그대로 '디지털판 사이(사용자, 개인, 나)'를 형성 했다.
피치 못할 운명과 마주쳤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적응하는 것 뿐입니다.
- 즐거운 사냥을 하길 중
상인의 아내는 낟알을 쪼는 닭처럼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이야. 살아 남는 법을 배우는 거.
낙인 찍는 것은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의 특권이므로.
그것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염에게 하려던 말 중 입 밖에 내지 않은 절반이 우리 둘 사이에 둥둥 떠 있었다.
욕구가 분출구를 헛갈리기도 하는 법이므로.
- 상태 변화 중
리나는 냉장고 안을 채우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냉장고 확인은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리나의 영혼을 보존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말은 사람들의 목구멍 속에서 얼어 붙었다.
집에서 전기를 읽으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남들의 삶을 통해 자기 삶을 잊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전에 난 먼저 내 담배를 다 피워 버려야 했어. 나한테 일어난 일은 '상태 변화'였어. 내 영혼이 담배 한 갑에서 담뱃값으로 바뀌었을 때, 난 성장한거야.
- 피자 점술사 중
남자 애들은 단순해서 주먹질로 이야기를 대신했다. 여자 애들이 주고받는 말에는 그보다 훨씬 더 오묘한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너무 가난해서 죽음을 겁내지 않는 사람이 부유해서 죽음을 겁내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 내 눈에는 공산당의 논리가 훤히 들여다 보였네.
들꽃은 어디에서나 피어난단다.
- 고급 지적 생물 종의 책 만들기 중
그들은 자신이 읽는 줄도 모르는 채로 읽는다.
차갑고 깊은 우주의 공허 속에서 ~ 모두가 책을 만드는 것이다.
- 시뮬라크럼 중
현실을 그대로 정지시켜 보관하고 싶은 욕망은 곧 현실을 회피하려는 욕망이예요.
그 여성의 자신만만한 절박함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다.
비밀을 쥔자에게서 비밀을 아는 자에게로 권력의 고삐가 넘어가는 순간이 눈에 선히 보이는듯 했다.
- 레귤러 중
사람들은 자기가 알려하지 않는 것을 알지 못하는 법이다.
어쩌면 둘 다 망가진 인간이었는데 서로의 들쭉날쭉한 모서리가 우연히 잘 들어 맞았는지도 모른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 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 뿐이다.
- 상급 독자를 위한 비교 인지 그림책 중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사랑의 형태는 여러가지야. 그리고 내 사랑은 이렇게 생겼어.
세상에는 '사랑해'란 말을 전하는 방법이 많이 있어.
- 파(波) 중
인류의 창조 신화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하다고? 그건말이지, 모든 진짜 이야기는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선악을 구분하는 지혜는 사실 후회할 줄 아는 지혜였던 거지.
넋과 기계 사이의 경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라는 차가운 허무에 맞섰다. 모든 것이 광막하고 영원한 허무.
- 모노노아와레 중
어떤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진실이란 걸 알게 마련이다.
그 한 글자만 듣고도 나는 후회와 갈망과 복잡한 사연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에 가깝다는 것을, 그래서 순간순간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버틸 수 있었던거야.
슬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남자의 목소리
-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중
정치는 먹을 만큼 먹고도 뭔가 남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 송사와 원숭이 왕 중
그토록 공손한 문구를 그토록 모욕처럼 들리게 말하는 요령이 뭔지 궁금했다.
과거는 기억이라는 형태로 계속 살아가게 마련이고, 그래서 권력을 쥔 자들은 언제나 과거를 지우고 침묵시키려고 해.
-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중
과거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갖가지 형태로 우리 모두를 괴롭혔으니까요.
국가는 공간이라는 요소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요소도 함께 보유합니다.
특정 지역의 지배권이 오랜 세월 동안 두 주권 국가 사이에서 이동을 거듭할 때, 해당 지역의 과거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국가는 과연 어느 쪽일까요?
우리가 현재에 존재하는 과거의 목소리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는,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법은 우리에게 진짜 정의를 주지 못합니다.
무신론에 기반한 체제치고는 놀랄만큼 기독교적이고 유교적인 접근법
웨이 박사가 품은 신념의 핵심은 진정한 기억 없이는 진정한 화해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양국의 국민 개개인은 희생자의 고통을 공감하지도, 기억하지도, 체험하지도 못했습니다. 우리가 역사라는 함정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면 먼저 우리 개개인이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스스로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개인화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웨이 박사의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 말은 구체적인 사례와 구체적인 인정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공허한 일반론이 아니라요.
거대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로서, 모호하고 비명시적인 고통에 관해 말합니다.
희생자들을 새롭게 죽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진실은 연약하지 않고, 누가 부정한다고 해서 훼손되지도 않습니다. 진실은 아무도 진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숨을 거둡니다.
#펴낸곳_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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