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난, 번듯한 걸 보여 주고 싶은거야
성묘 후 한잠은 기대보다 밋밋했다.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게 아들과 아들의 차를 타고 다녀왔다.
머리가 깨질 않는다.
빵 한 봉지를 해치우고, 소설 한 권을 후딱 읽어제쳤다.
허승희 작가의 그림을 검색해서 보고 있다.
그림을 읽을 줄 모르므로 그냥 본다. 그냥 느끼고 그냥 이입한다.
차분하고 관조적인 시간이 흐른다.
기억이 다가온다.
그날들이 공백이어도 상관 없는데, 생존의 흔적만이어도 상관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의미도 남아 있지 않은듯해 상관없는게 상관없지 않은게 되었다.
빗소리가 커진다. 성묘 후 안전 귀환을 재촉하는가 보다.
묘지는 다양한 영성으로 뒤섞였으나 지극히 관용적이었다.
엄마는 온 가족을 감당했지만, 보이지 않거나 반만 보이는 존재였다.
이제와 다 보인다. 엄마로 여자로 존재로.
난, 허승희 작가의 색을 참 좋아한다. 특히 분홍색. 아! 살구색? 살색?
이유? 몰라. 없다.
번듯하게 살고 있지만 더더더 번듯하게 보여주고 싶은 맘인가보다.
웃음이 샌다.
다시 그림을 본다.
색이 들어온다. 나의 분홍색이.
머리가 열리다. 빛이 들어온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딱 그만큼만.
그래. 보여주고 싶은거였어.
번듯한거, 더더더 번듯한거 말이야.
웃음이 샌다. ^^
"아빠~ 커피?" (아들)
어~~~ (나)
입이 째진다.
추석이 지나간다.
_그림 : #허승희작가 #StayNo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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